어젯밤 라리가 개막전, 채널 돌리다가 이 장면 못 봤으면 진짜 후회할 뻔했다.
후반 12분, 이강인이 카를로스 마르틴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데뷔전이겠거니 했다.
사실 이강인은 병역 특례 행정 절차 때문에 프리시즌 합류 자체가 늦었다.
그래서 개막전 선발 명단에서도 빠졌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딱 13분 만에 일이 터졌다.
후반 25분, 오른쪽에서 다비드 한츠코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상대 수비 세 명을 순식간에 제치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슈팅이 골대 반대편 구석에 꽂혔다.
이럴수가.
메트로폴리타노가 그대로 뒤집혔다.
투입되고 13분 만에 나온 결승골, 이게 진짜 데뷔전 맞나 싶었다.
이 골이 이날 경기의 선제 결승골이 됐고, 후반 40분에는 바에나가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꽂으며 아틀레티코는 말라가를 2-0으로 눌렀다.
스탯을 보면 더 소름이다.
패스 성공률 93퍼센트, 14번 시도해서 13번을 성공시켰다.
지상 볼 경합은 4번 전부 이겼다, 100퍼센트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이날 이강인에게 평점 7.9점을 매겼고, 경기 후에는 라리가 공식 경기 MVP로 선정됐다.
이래서 MVP였구나 싶었다.
사실 이강인은 앞서 프리시즌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패스 성공률 100퍼센트를 기록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려 놓은 상태였다.
컨디션은 이미 준비돼 있었고, 개막전에서 그게 그대로 터진 셈이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역대급 데뷔전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후반 시작부터 요렌테, 이강인, 바에나를 연달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진 게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선발로 풀타임을 뛰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섞인 반응도 함께 나왔다.
교체 카드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점에서 이날 승부수는 확실히 통했다.
짧게 뛰고도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걸 보면, 다음 경기 선발 출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강인의 이번 이적 자체도 만만치 않은 사건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난 7월 25일 PSG에서 이강인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1년 6월까지, 5년이다.
이적료는 옵션 포함 4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7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3년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에 이은 한국 선수 역대 이적료 2위 규모다.
등번호도 예사롭지 않다.
디에고 포를란, 앙투안 그리즈만이 달았던 상징적인 7번을 이강인이 이어받았다.
3년 전 마요르카를 떠나 PSG로 향했던 이강인이 다시 라리가 무대로 돌아온 셈이다.
돌고 돌아 라리가, 그것도 라리가 빅클럽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는 게 이번 사건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한국 선수들에게 라리가는 사실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이천수, 박주영을 거쳐 발렌시아, 마요르카 시절의 이강인까지, 라리가에서 존재감을 남긴 한국 선수 자체가 손에 꼽힌다.
그런 라리가에서, 그것도 빅클럽 데뷔전에서 이런 임팩트를 남겼다는 게 이번 골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3경기, 5경기도 아니고 데뷔전에서 이 정도면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또 어떤 장면이 나올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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